사상 첫 하계올림픽 3관왕에 오른 안산을 두고 시끄러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안산이 SNS에 남겨놓은 남성혐오적인 말을 두고 빚어진 페미니즘 논쟁이다. 일부 남성들은 안산이 페미니스트라고 비난하지만, 대척점에 선 여성계 일각에선 오히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증오와 혐오가 도를 넘었다는 성토가 이어진다. 언론은 ‘숏컷’을 한 올림픽 3관왕 혐오가 쏟아진다고 힘을 보태고, 일부 여성계는 마치 성역을 건드린 것처럼 피를 토하며 안산을 옹호한다.
안산의 페미니스트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그간 이런 논쟁에서 일부 여성계가 보여왔던 내로남불식의 편향되고 차별적인 태도를 지적하려 한다. 후술할 내용의 전제가 하나 필요하다. 바로 일베와 페미니즘 모두 한국에서 극단주의적 혐오주의에 기반해 있다는 사실이다. 그간 많은 남성들이, 일베나 남성우월주의자라는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했다.
2018년 한 선수의 사례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쇼트트랙 서이라 선수는 일베발 용어를 SNS에 썼다는 이유로 곤혹을 치렀다. 기시감을 넘어 3년 뒤 안산 선수와 같은 상황, 같은 맥락이었다. 언론에서는 서이라 선수에 대한 일베 의혹을 보도하고 논란이 확대 재생산 됐다. 서이라 선수는 곧바로 자신은 일베와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논란이 됐던 SNS의 내용을 수정했다. 하지만 누구도 현재처럼 서이라 선수에 대한 의혹 제기를 혐오로 몰아붙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서이라 선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논란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시작됐지만, 끝은 완전히 다른 상황으로 맺어졌다. 단지 달랐던 점은 당사자가 페미가 아닌 일베 의심을 받았다는 것,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는 것이다. 페미와 일베 모두 극단적 혐오주의자라는 점에서 나는 서이라 선수가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안산 선수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보호를 받고 있다는 차별 의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2030세대 남성들의 차별 의식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추상적인 인식의 분야를 넘어,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눈에 보이는 차별을 받고 있다. 주택 문제에 있어서는 남성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택청약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뤄지고 있고, 여성 전용 주택이라는 것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홍보되고 있다. 노동 문제에 있어서는 위험하고 고된 노동으로 몰리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자의 약 95%가 남성이라는 점을 볼 때 반박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이 외도 많은 자잘한 제도적 차별들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거리낌 없이 2030세대 남성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차별들은 왜 생기는 것인가. 일부 여성계와 기성세대 남성들의 박제된 현실인식에서 기인한다. 내가 지금껏 말한 ‘일부 여성계’가 갖는 현실인식은 과거에 박제된 채 남아있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차별은 불변의 것이며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은 페미니즘의 자양분이자 그 정점에 있는 여성가족부의 동력으로 기능한다. 여성은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인식과 현실의 이데올로기적 순환고리가 완성된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아지더라도, 수석을 줄줄이 차지하는 것이 여성일 지라도 여성은 언제나 차별받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2030 세대 남성들을 차별함으로서 그간의 여성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려는 것이다.
다시 안산의 페미니스트 논란으로 돌아와 끝맺고자 한다. 이번 논란은 그간 차별을 항변하면 일베로 의심 받으며 억압받던 2030남성들의 피해 의식이 불러일으키고 ‘일부 여성계’의 내로남불과 편가르기식 태도가 기름을 부으며 안산 선수를 집어삼킨 사건이다. 다만, 이번 논란이 보여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페미라고 의심 받는 것 자체가 “아니다”라고 부정해야 할 만큼 페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졌다는 점이다. 그간 2030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이 이어져오고, 이런 반격이 결실을 맺어오면서 과거와 달리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며 공개적으로 말하던 이들은 줄어왔다. 이번 논란은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지난 5년간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내 주위의 모든 페미니스트가 아닌 여성들을 응원한다. 양성이 화합하며 서로 돕고 사는 건설적인 사회를 지향한다. 성에서 비롯한 갈등에 대해선 상식과 합리에 기대 논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공론장을 지향한다. 그런 사회적 목표를 가진 내게 남성을 혐오하고 여성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현재 한국의 페미니즘, 그리고 일부 여성계는 쓰러뜨려야 할 적이다. 2030 남성들의 피해의식을 해결해 줄 수 있도록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남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도 바로잡아야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