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하면서 두바퀴쯤 돌다가 아빠가 먼저 앞질러 가버려서
언젠가는 마주치겠지 하고 걍 돌았다가
다섯바퀴 정도 도니까 이제 들어갈려고 구석 벤치에서
기다리다가 뭔가 이상해서 보니까
20분 넘게 기다리는데 계속 서로 마주치지를 않는거임.
호수가 그렇게 크진 않은 편이라 한 바퀴 돌때마다
만나야 하는데 계속 안보이는거.
계속 연락도 안되고 어디를 둘러봐도 안보여서
엄마한테 전화해보니까 아직 집에 안들어왔다 하고
5분 10분 기다리다 거의 30분째 기다리니까 걱정돼서 호스 반대 바퀴로 뛰는데
존나 심장떨렸었는데 그 이유가
돌다가 난간에 흰색 수건이 하나 걸려 있어서 아빠건가 하고 흠칫했고
뒤에서 풍덩 소리 들리면서 사람들이 누가 빠졌나 하고 웅성거려서 다시 한번 흠칫했고
(아마 호수에 잉어들이 먹이 받아먹는다고 첨벙거린것 같다.)
마지막으로 호수 뒤에 공원하고 맞은편에 도로가 있는데
갑자기 사이렌 울리면서 구급차하고 소방차 큰게 하나 오더니
소방관들이 라이트 켜고 계단 뛰어내려오길래 패닉해서 소방대원
한명 붙잡고 누구 찾으러 온거냐 여쭤보니까 실종자 수색하러 온게
아니라 조형물 배선 망가져서 고치러 온거라 함.
(안밑을거같아서 위에 사진도 찍어놓음)
그렇게 잠시 안도하고 있을때 엄마한테 전화가 왔음.
아빠가 집에 먼저 들어왔다는데 어떻게 된건가 보니까
아빠는 나한테 두 바퀴만 돌면 집에 들어가라고 말씀하신 다음에
내가 뒤쳐져 있는 사이 홀연히 호수를 빠져나온 후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로를 걷고 계신거였음.
40분 넘게 기다리고 뛰면서 아빠 찾아다니다가 그런 말을 들으니까
존나 벙찌더라.
나는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는데 아빠는 내가 한눈팔면서 걸으니까
그 말을 못들은거다, 전화기 두고간다고 엘리베이터에서 말했는데
왜 연락했냐,(그 말은 진짜 듣지도 못했다.)
너가 못들어놓고 왜 들어와서 화부터 내냐고 야단맞으니까
진짜 서럽고 화났었음.
내가 들어가면서 이래서 좌좀들은… 이렇게 중얼거리니까(아빠가 대깨문이라) 엄마한테 한소리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