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하루하루 보람차고 즐겁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KBO리그 10개 구단에선 120명 넘는 선수들이 방출 칼바람을 맞았다. 역대급 한파가 전국을 강타 중인 올 겨울, 방출 선수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다. 한화에서 방출된 내야수 송광민(38)도 엄동설한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해를 넘겨 1월 중순이 지나도록 다른 팀의 연락은 오지 않는다. 현역 연장의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보람찬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송광민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학생 선수들과 함께하며 전에 느껴X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혹시 모를 연락을 기다리며 개인 훈련 중인 송광민은 선배가 운영하는 대전의 야구 아카데미 훈련장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이곳을 찾는 초등생부터 중학생, 고교생까지 두루 만나 타격 노하우를 전하고, 야구 이야기를 나누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광민은 “소속팀이 없는 상황이지만 예년처럼 개인 훈련으로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는 해외에 나갔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그렇게 할 수 없다. 선배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데 여기서 학생들을 만나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 내가 더 힘을 받는다. 아이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보면 기분이 색다르다. 취업이 안 되고 있지만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낸다”며 웃었다.
주말부터는 모교인 공주고도 찾고 있다. 모교 후배들과 같이 땀을 흘리며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아카데미부터 모교까지 가는 곳마다 반겨주는 분들이 많아 힘이 난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어린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싶다. 계속 프로에만 있었던 내겐 흔치 않은 경험이다. 많은 공부가 되고,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도 듣는다. 앞으로 지도자 길을 갈 수도 있는 그에겐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 “내가 어릴 때는 ‘예’, ‘아니오’가 전부였지만 요즘 학생들은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알아들을 수 있게 가르치면서 이해시키는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게 송광민의 말.
지난 연말에는 의미 있는 상도 하나 받았다. 지난 몇 년간 겨울마다 팬클럽 회원들과 대전지역 소외 계층에 연탄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쳤고, 이를 인정받아 대전시장상 표창장도 받았다. 모교 충남중에도 전국대회 우승 기념 야구발전기금을 전달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이어가며 뿌듯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팀을 구하지 못한 것을 빼면 아쉬울 것 없는 겨울이다. 이달 말까지 기다려볼 송광민은 “하루하루 재미있고 보람차다. 취업이 안 되고 있지만 유익한 시간이다. 다른 팀에서 기회가 오면 좋겠지만 가능성이 낮은 것을 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준비하며 다음 계획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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