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사마귀의 삶. txt

나는 약 한 달 전에 잡은 새끼 수컷 사마귀를
개운죽에서 사육해오고 있었다

원래 사마귀에게 개운죽은 매우 좋은 공간이다
사마귀는 적당히 몸이 숨겨지는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계속 머무르려 한다

그런데 어릴때는 개운죽에 붙어서 나오지도 않던 놈이
요즘은 맨날 방 안을 돌아다니고 날아다니기까지 한다
암컷 사마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행동이었는데
수컷 사마귀는 성충이 되더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알기로 성충이 된 암컷 사마귀는
살기 좋은 장소를 찾으면 그곳에 계속 머무르며
하염없이 수컷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아마 우리집의 수컷 사마귀는 삶의 처음이자 마지막
임무인 번식을 위해 어딘가의 암컷을 찾아다니며
충생의 마지막을 불태우려는것이 아닌가 싶다

집의 암컷과 짝짓기 한지 며칠이 지났다고
최대한 많은 자손을 남기겠다는 본능으로
또 다시 암컷을 찾아 분주히 움직이는 녀석을 보면
수컷 사마귀가 가만히 은신하는 암컷에 비해
빠르게 사라져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렇지만 가끔은 이녀석처럼 목숨을 바칠 정도로
삶의 목적과 사명이 분명한 존재가 부러울 때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사마귀의 모든 생명활동은
자손을 퍼뜨리는 것으로 귀결된다
사냥을 하느 것은 성장을 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성장을 하는 것은 생식적인 기능을 위한 수단이 되고
생식적인 기능을 하는 것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함이다

즉 삶의 모든 활동은 결과적으로 번식을 위한 수단이 된다

수컷 사마귀는 충생의 최종 목적인 번식을 위해
수단적 가치에 해당하는 모든 것을 바치고
심지어는 생명까지도 바친다

자손을 퍼뜨려야 한다는 사명에 너무나도 투철한 나머지
종종 암컷에게 뜯어먹히는 수컷 사마귀는
곧 생명활동을 정지하게 될 와중에도
꽁무니로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번식만을 위해서 살지 않는다
인간은 강한 자유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다
자유를 가짐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지만
자신의 삶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스스로 정의내려야한다

그러므로 이성을 통해 삶의 주체성을 깨닫는다는 것은
평생에 걸쳐 답을 찾아야 할 큰 물음을 주는 것 같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진리처럼 따라가야 할
막중한 사명을 갖는 대신에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