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후보가 봤던 설거지론 결말

오늘날에는 열일곱 살의 여자가 사랑을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리라. 그 시절로부터 25년의 세월이 흘렀고, 세상은 많이 변했다. 여론조사와 잡지들이 그 사실을 말해 준다. 오늘날의 처녀들은 한결 신중하고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학업 성적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장차 좋은 직업을 갖는 데에 필요한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남자들과 데이트를 하긴 하지만. 그건 여가 활동이나 심심풀이일 뿐이다. 거기에는 성적인 쾌락과 자기 도취적 만족감이 거의 대등하게 작용한다. 더 나이가 들면, 그녀들은 이러저러한 조건을 따져 가며 합리적인 결혼을 하려고 애쓴다. 그녀들은 대개 상대의 사회적 위치와 직업적 조건이 합당하고 취미나 기호에 공통점이 있을 때 혼인을 결정한다. 사랑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그런 결혼이 행복할 리 없다(행복 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가져다 주는 융합적이고 퇴행적인 상태에 빠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요모조모 따지며 실리를 챙기는 사람은 이런 상태에 빠질 수 없다) 오늘날의 여자들은 그런 선택을 통해서 앞 세대 여자들을 괴롭힌 정신적인 고통 에서 벗어나리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이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변한다. 열정의 고통이 사라진 뒤에 남는 것은 권태와공 허감, 늙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뿐이다.- 소설 소립자 中   미셀 우엘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