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라는 잔치가 끝난 이후의 설거지

고등학교 이후로 나와 연락이 되는 친구들은 대부분 나와는 다르게 성실한 편이다. (나는 게으르다)


들은 이야기로는 나름 용기를 내서 여자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그럴 때마다 말 그대로 ‘철벽’에 얻어맞고 쓰러지게 된다고 한다.


한창때인 10대와 20대에는 평범하고 어리숙하며 성실하기만 하고 매력 없는 남자는 대부분의 여자들의 눈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남성은 30대 이후까지 연애경험이 없는 경우가 30%에 육박했는데,


여성은 연애 경험이 없는 경우가 10%에 불과했다고 한다. 평균 연애 경험 횟수도 남성 약 3회와 여성 약 5회로 두 배에 가까운 차이가 존재했다.


이렇게 10대와 20대의 연애 경험은 대체적으로 여성에게는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되는 반면 남성의 경우에는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소수의 남성들이 독차지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런데 연애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경향이 뒤집히기 시작한다고 한다.


30대가 지난 후에는 여성들이 오히려 남성을 붙잡고 결혼까지 이어지는 연애를 하려 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자 나는 결혼은 연애라는 잔치가 끝난 후의 설거지라는 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말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연애라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 자기가 직접 결혼이라는 뒷처리(?)를 하게 되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였겠지만


지금 상황은 연애라는 잔치상은 잘 나가는 소수의 남성이 다 먹어 치우고 한창일 청춘에는 ‘철벽’을 맞던 30%의 연애 경험 없거나


평균 연애 횟수가 1-2회에 불과하고 관계도 깊지 못했던 평범하고 성실하기만 한 대부분의 남자들이 30대가 지나고 나서야 결혼이라는 설거지를 담당하게 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은 결혼 후 여성의 경제적 자립성이 oecd 국가중 가장 낮다고 한다.


자녀가 있는 가정 중 맞벌이의 비율이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외벌이 가족과 맞벌이 가족의 비율이 거의 동일한게 통계의 현실이다.


가장 화사한 10대와 20대에는 평범하고 매력도 없는 남성들에겐 인상을 구기며 강력한 ‘철벽’을 쳐온 여성들이


30대가 되자 경제적 안정이나 다른 필요를 위해 그 평범하고 연애 경험도 거의 없는 남성들을 붙잡으려 하는 모습이 야속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