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모욕죄로 고소를 당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심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나 역시 올여름 7월 초에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고, 8월 초쯤 관할 경찰서로 사건이 이관되면서 본격적으로 일이 진행됐다.
관할서로 이관된 뒤 바로 연락을 받게 되었는데, 그 순간부터 당황스러움과 불안함이 함께 찾아왔다.
고소당하고 많은걸 깨달은 나날들
첫 조사: 긴장감과 걱정
9월 초에 첫 조사가 이루어졌다. 경찰서로 출석해 수사관님과 마주 앉으니, 인터넷에서 일어났던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실제로 압박감이 만만치 않았고, 물어보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때까지 남아 있던 관련 증거들을 모으고, 내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최대한 정확하게 정리해갔다.
2차 조사: 무죄 주장과 증거 보완
첫 조사 후 약 3주가 지나고 2차 소환 연락을 받았다. 그 시점에 이르니 사건이 생각보다 심각한 건가, 혹은 내가 진술을 잘못했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수사관님의 설명에 따르면, 내가 무혐의(혐의없음)를 주장하는 만큼, 추가 증거를 제출해서 상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그 사이에 더 구체적인 대화 로그나 캡처 화면 등을 확보해, 수사관님에게 제출했다. 어떤 맥락에서 내가 그 발언을 하게 됐는지, 실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소상히 설명했다.
피말리는 나날들이었다.
검찰 송치와 불안감
사건이 10월 중순에 검찰로 송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제 경찰 단계를 벗어났으니 더욱 심각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컸다. 특히 그 시기에 이른바 악플방지법 발의 이야기가 활발히 오가서, 혹시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내겐 상대방이 꼭 본인을 망가뜨려놓겠다는 듯한 의도로 고소를 진행한 듯 보였는데, 만약 내가 정신없이 대응했다면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혐의없음 처분과 3개월간의 고생
10월 말쯤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8월 9일 무렵 처음 이 문제를 인지하고부터 약 3개월 가까이 사건에 매달려 있었는데, 결국 무혐의로 결론나니 기쁘기도 하면서 허탈감도 동시에 몰려왔다. 상대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피의자 신분으로 오랜 기간을 살아야 한다는 건 큰 스트레스였다. 특히 송치 직후 사회적 분위기가 온라인상 모욕·악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여론이 강해져서, “이러다 잘못하면 큰일이 벌어지겠다”는 두려움이 더욱 컸다.
돌이켜보니, 나는 수사관님께서 내 이야기를 성실히 들어주신 덕을 많이 봤다. 2차 조사로 다시 불려갔을 때는 당황했지만, 알고 보니 무혐의를 주장하는 만큼 증거를 더 보충해오라는 의미였다. 그때 추가 증거를 꼼꼼히 제시하면서, 내가 어떤 맥락에서 말을 했는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만약 그 준비를 놓쳤다면, 상대방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을 것 같아 섬뜩하다.
결론과 느낀 점
최종적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세 달 가까운 기간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온라인상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특정 발언을 할 때, 혹은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했을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 고소를 진행한 사람 입장에서는 상황을 단순히 법적으로 해결하려 했겠지만, 피의자 신분이 된 사람 입장에서는 삶의 리듬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직접 체감했다.
내가 배운 건, 온라인에서의 발언도 분명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고, 막상 일이 생기면 증거 수집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결국 경찰서와 검찰청을 오가며 느꼈던 불안감과 긴장감은 앞으로도 내가 인터넷상에서 말과 표현을 더욱 신중히 써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다행히 무혐의로 상황을 마무리했지만, 다시는 이런 일로 경찰서를 찾고 싶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