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도박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치료센터에 직접 연락해봤다. 처음에는 전화 한 통이면 간단히 예약을 잡을 수 있겠지 싶었는데, 막상 진행해보니 생각보다 귀찮고 번거로운 부분이 많았다.
일단 상담 신청 전화를 하고 난 다음 날, 담당자가 다시 전화를 줬다. 지역별로 배정된 사람이 상담 시간을 잡아주겠다는 거였다. 문제는 내가 직장인이라 평일 낮에는 시간이 전혀 안 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쪽에서도 당연히 평일 낮 위주로만 스케줄이 가능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연차를 쓰거나 시간을 빼야 했다. (오래전 일이라 지금은 달라졌을 수 있다.)
어찌어찌 휴가를 내고 치료센터를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처음에는 반갑게 맞아주면서, 서류 작성을 안내하고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도박 때문에 겪은 일이나 심리적인 부담이 꽤 컸기에, 나름대로 기대를 가지고 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마음에 와 닿는 조언이나 실질적인 대책보다는 “온 것만으로도 큰 용기다”나 “이런 시도 자체가 중요한 출발점” 같은 말만 반복했다. 평소 도박 문제로 고민이 깊었던 나로서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했는데 그냥 의례적인 격려 같았다. 문서 작성이라는 것도, 어떻게 도박을 시작했는지 쓰고, 최근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 서술하는 식이었는데, 이게 과연 치료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상담받은 뒤, 다음 예약을 잡고 가라고 했다. 그런데 이미 평일 낮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마저도 상담에 뭔가 대단한 효과를 느끼진 못했던 터라 흥미가 뚝 떨어졌다. 결국 센터를 나서 택시를 탔는데, 왠지 공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했다.
가장 씁쓸했던 건, 상담소에서 방금 마음을 다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에선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괜히 연차까지 쓰고 뭘 한 거지?”라는 자괴감이 들어 더 무기력하게 행동해버렸다.
결국 그 뒤로는 치료센터에 발길을 끊었다. 괜찮았다는 후기를 듣고 기대했지만, 적어도 내가 간 곳은 시간과 돈을 들일 만한 메리트를 못 느꼈다. 물론 사람마다 효과를 볼 수 있는 환경이나 단계가 다를 수는 있다. 다만 내 경우에는 상담 스케줄이 평일 낮으로만 집중된 것도 불편했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받지도 못했다.
결국 도박 치료센터를 찾는다는 건 그만큼 간절하거나 절실하다는 뜻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을 받고 싶다면 센터마다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주말 상담은 가능한지 등을 미리 꼼꼼히 알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가본 경험으로 전체를 일반화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나는 별다른 이득 없이 연차만 낭비한 기분이 크게 들었다.
물론 이후로도 도박 문제는 계속해서 신경 써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한 번의 상담에서 모든 걸 바꿀 순 없다는 걸 깨달은 만큼, 스스로 다른 대안이나 자기 통제 방안을 더 고민해 보았고, 다른 주말에도 운영하는 곳을 가게 되었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비슷한 고민 중이라면, 본인이 원하는 도움의 형태가 무엇인지 확실히 정의하고, 여러 센터를 비교해보는 단계를 거치는 게 나을 것 같다. 막연히 “치료센터에 가면 전부 해결되겠지”라고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