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처음 만난 때는 2010년대 초, 중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입시학원 붐이 일어나던 시기입니다.
매일 중학교를 마치자 마자 입시학원 버스를 타고 저녁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오던 쳇바퀴같은 삶에 지칠 무렵, 평소처럼 영어 수업을 들으려 이동했을 때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마치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정에 당황하기도 잠시, 뚫어져라 쳐다봐 당황하던 그녀가 보여 황급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 때 부터 저는 마음속에 말 못할 감정을 숨기며 살아갔습니다. 그 당시 입시 학원에는 16계단으로 이루어진 세부적인 계급으로 반 수준이 나누어져 있었고 그 여자아이는 3 반과 4 반을 돌아가며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학업에 나름 일가견이 있어 3 반과 4 반에 다닐 정도의 수준을 계속 유지하였습니다. 하지만 반에서 같이 수업을 들으면 뭐 하나요..
저는 한낱 범생이처럼 생긴 평범한 돌덩이였지만 그녀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빛이 나는 태양이었습니다.
태생부터 다른 저는 그저 조용히 학원생활을 하며 그 아이를 볼 수 있는걸로 만족했습니다.
그렇게 잊고 살다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야자시간의 존재로 입시 학원을 다니면 새벽이 다 되야 집에 갈 수 있어 학원을 끊어야 했지만, 버스를 타고 갈 만큼 먼 곳에 있는 그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면 그녀와의 접점은 없을거란 생각에 오기로 다녔습니다.
하지만 고1 학기중의 시간동안 그녀는 한 번도 볼 수 없었어요. 그렇습니다, 그녀는 학원을 끊은 것이었죠.
그렇게 저도 학원을 그만두게 되고 고등학교 생활을 하며 제 보잘 것 없는 짝사랑은 자연스레 추억으로 잊혀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때, 학교 축제가 크게 열렸는데 여기서 저희 학교는 학교 이름은 같지만 남 녀 학교가 멀리 떨어져 있는 자매 고등학교였습니다.
그래서 축제때는 각 학교의 댄스 동아리가 가서 춤 추는것이 주요한 볼거리였습니다. 그 자매 고등학교의 댄스 동아리에 제가 좋아했었던 여자애가 나온 겁니다.
거기서 다 곯아 사라졌던 제 마음 속 양초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생기기만 해서 뭘 할까요. 그녀는 절 알지도 못하고 제가 말을 먼저 걸 수 있게 될 일을 만들 자신감도 없던 저는 그냥 그 마음을 또 접어두고 대학교를 갔습니다.
그런데 왠걸, 제가 간 대학교의 영어 수업시간 외국어관 건물에 들어갔는데 그녀와 마주친겁니다. 진짜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일이지만 대학교까지 그 사람과 같은 곳을 갔던 겁니다(과는 다름).
거기서 전 용기내어 수소문해 찾은 그녀의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걸어 그녀의 번호를 따는데 성공했지만 관계가 충분히 발전하지 못하고 고백을 하게 됩니다. 사실 관계랄것도 없고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X도 말아야 할 텐데 계속 쳐다보는게 저 자신 스스로도 바보같아 이런 머저리같은 선택을 했었습니다.
당연히 서로 사랑하는 감정이 쌓여 사귀는걸 확정짓는 고백을 짧은 기간에, 그것도 급이 맞지 않는 남자가 냅다 해버리니 어느 여자가 좋아할까요. 그렇게 저는 대학교 1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가고, 전역하고, 대학교도 졸업하게 됩니다. 종종 첫사랑이 생각나 페이스북으로 그 여자애의 페이지를 보면 수많은 잘생긴 남자들이 그녀와 사귀더군요.
여튼 저는 노력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남부러울 것 없는 기업에 취직하여 일 하게 됩니다. 그런데 페이스북 메시지로 그 사람에게 문자가 오더군요.
조용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사근사근 이야기를 하던 그녀가 여전히 예뻐 보여서 전 호감을 표했고 자연스레 사귀게 되어 저흰 1년도 지나지 않아 결혼하게 됩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갑자기 이 사람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라는 소설을 써 봅니다. 행복하세요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