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계장 옆 고목에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1843년 10월. 개씹똥꾸릉내가 진동하는 포항 영일만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쾌적한 가을이 찾아왔지만, 대대장 마갈곤 하사는 집무실 책상 앞에서 깊은 시름에 빠져있었다. 그렇다. 신병(新兵)과 물자가 부족했던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해병대를 찾는 입영 자원들은 점점 줄어들었고, 설상가상으로 금년 부대 예산이 벌써 바닥나 필요한 보급품마저 제때 구입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인근 민가에 돌격하면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장정과 물자를 지원해 주었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이미 부대 반경 30km의 마을 모두 노략질을 끝내서 남은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인근에 주둔하던 땅개와 물개 부대 역시 초토화된지 오래되어 빈 터만 남아있던 상태였다. 급한 대로 오폐수처리관 곽말풍 중령의 전역 후 창업자금 통장을 긴빠이쳐서 오도봉고의 기름값 정도는 댈 수 있게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그 돈도 머지않아 바닥을 보일 게 자명한 사실이었다! 지금도 휘하의 오도해병들이 탱탱하고 풋풋한 아쎄이가 부족해 신음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 마갈곤 하사는 가슴이 미어져 밤에 잠을 아주 잘 이룰 지경이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대대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Big Big Chief, Entrance 해도 좋은가?”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부대의 대표 유학파이자 유이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어학병, 조조팔 해병이었다. “니미, 겜질 하는 중인데 왜 들어오고 지랄이야.” “Big Big Chief, 나는 가지고 있다. Plan of 아쎄이와 물자를 충원할 만한!” 놀랍게도 조조팔 해병은 자신에게 이 난국을 타개할 묘책이 있다고 말했다. 감히 대대장인 자신에게 허가도 받지 않고 먼저 제안을 하다니 천인공노할 기열찐빠짓이 아닐 수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America에서는 있다. Halloween이라는 전통! 그 날 되면 Ghost 분장 하고, Town을 돌아다니며 긴빠이한다 사탕.” 그렇다, 할로윈! 비록 서양의 전통이긴 하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에게 사탕을 받고 다닌다니, 해병의 긴빠이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는 명절 아닌가! 무언가를 깨달은 마갈곤 하사는 즉시 황근출 해병을 비롯한 휘하 병사들을 모두 소집해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 자그마치 3초에 달하는 마라톤 회의 끝에, 1021km 떨어진 포항 시내에서 역사적인 첫 해병 할로윈 행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귀신 잡는 해병대가 귀신 분장을 하는 것은 큰 수치라는 황근출 해병의 뜻에 따라, 당일엔 해병의 정장이라고 불리는 붉은 각개빤쓰만을 입기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10월 31일 야심한 밤. 기열땅깨찐빠답게 행사 참여를 거부하던 황룡의 대가리를 앞에 매단 붉은 오도봉고는 50명의 해병을 태우고 포항 시내로 출동했다. 차에서 내린 해병들은 훈련된 동작으로 눈에 보이는 주택들을 하나하나 선점하기 시작했다. 황근출 해병과 무모칠 해병 역시 어느 집 앞에 당도했다. 황 해병님께서는 우선 신사적인 태도로 시민에게 자발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아쎄이! 신속하게 문을 열고 가진 것을 모두 내놓도록!” “누.. 누구세요..?!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에요…!” 역시 보수적인 고장이라 그런가, 할로윈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치는 게 오늘의 룰. 예외는 있을 수 없었다. 황근출 해병은 아쉽다는 듯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무모칠, 이 아쎄이의 집에 ‘장난‘ 을 실시한다!” “악!” 그 즉시 무모칠 해병은 건물 주위를 돌며 휘발유를 골고루 뿌린 뒤, 시가잭으로 불을 붙였다. 역시 화끈한 오도해병이라면 불장난이 짜세 아니겠는가! 화염과 함께 타오르는 집에서 젊은 남성이 버선발로 뛰쳐나왔다. 이렇게나 급하게 뛰어나오다니! 해병대에 빨리 입대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마침 어깨가 넓고 잔근육이 있어 해병이 되기에 매우 적합한 인재였다. “으악! 살려 주세요!” “아쎄이! 이럴 때는 ‘살려 주실 수 있는지 여쭤 봐도 되는지의 여부를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라고 해야 한다!” 그의 기열찐빠스러운 언행에 해병들은 반사적으로 그의 아구창을 날려버릴 뻔 했지만, 이제 막 입대를 앞둔 민간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너그러이 넘어가기로 했다. “그건 안돼요, 없는 살림에 마련한 결혼 예물이라고요!” “아이고 이놈들아, 그것까지 가져가면 우리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 “제발 우리 아들을 놔 주세요, 몸이 너무 아파서 군대도 가지 못한 아이라고요!” 시민들은 가는 곳마다 우리 해병들을 환영해주었다. 포항 시내 곳곳에서 불길과 함께 새까만 연기가 솟구쳐올랐다. 더운 가을 밤, 주민들이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포항해병직할오도짜세기합광역특별시장의 발표에 따르면, 남부소방서에는 300여건의 방화 신고가 들어왔지만 소방차를 긴빠이당해 소방관들이 출동하지 못했다고 하며 근처 지구대에도 강도 신고가 빗발쳤지만 몸 좋고 젊은 남경들이 죄다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대응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 축제의 밤이 끝나자 우리는 부대로 돌아와 할로윈 행사의 성과를 자축했다. 약 450여 가구를 돌아다닌 결과 시가 3,000만원 상당의 식량ㆍ물품을 기부받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다가올 여름을 나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다. 또한 154명의 청년들이 원인 모를 방화로 집을 잃었다는 걸 알게 된 우리는, 애민정신을 발휘해 그들을 해병대의 일원으로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물론 그 중 53명은 해병대에 적합한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입대하지 않고 있던 탈영병이었기 때문에, 즉시 쇠사슬로 묶어 강도 높은 부대 적응 교육을 받게 했다. 황근출 해병님께서 생활관에 누워 시끄럽다고 징징거리던 황룡새끼의 목을 따다가 잭 오랜턴을 만드시자, 축제의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행복한 할로윈을 보낸 우리는 감격에 겨워 잡아온 아쎄이들을 한 명씩 골라 집단 전우애 파티를 즐겼다. 밤하늘에 개니미씹썅똥꾸릉내가 가득 퍼져나갔던 그날의 가을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아아, 해병이여-! 붉은 각개빤스를 입은 바다의 사나이들이여-!그날 우리는 포항 시민들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훈훈한 사랑을 전달한 문화 전도사가 되었다!싸우면 이기고 지면은 죽어라 헤이빠빠리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