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공군 출신이라 진주에서 훈련을 받았고 거기서 귀신을 봤다. 파란만장한 입소식과 일주일 간의 대기기간을 거쳐(이 기간때는 훈련병신분이 아니라 입대장병신분이라 퇴소를 해 민간인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민간인으로 돌아가도 일주일간 복무기간을 인정해준다) 훈련소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2주 뒤 즉 훈련소 3주차에 있었던 일이다. 본인은 2대대 출신으로 2대대는 건물이 2개 4개의 층을 훈련병들이 나눠서 쓰는 곳이다. 훈련소들이 다 그렇듯 훈련병들이 불침번을 서게 되는데 2대대는 한층에 한명씩 한시간 간격으로 교대를 하기로 되있었지만… 훈련소 1주차 입대장병신분이 끝나고 훈련병신분으로 바뀌는 금요일밤 창문 너머로 우렁찬 기합소리와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훈련병신분으로 바뀌자마자 조교와 소대장들이 훈련병들을 쥐잡듯 잡는 것이었다. 거기서 나는 두려움에 떨며 우리차례가 오길 기다렸지만 우리 소대장이랑 조교가 너무 착해서 그날밤은 무사히 넘어갔다. 하지만 갑자기 변한 환경 탓일까 사건이 일어났다. 잠에 든지 두시간즘 지났을 때였을까. 갑자기 방송으로 ‘000훈련병 지금 즉시 상황실로’ 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갑작스레 흘러나온 방송에 예민한 몇몇 훈련병들만 뒤척이는 듯 했고 다들 잠에 빠진듯 보였다. 나 또한 방송을 듣고 일어났지만 잘못들어나 싶어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조교가 방송을 한 것이다. 그 소리는 단잠에 빠진 훈련병들을 깨우기에 충분했고 깨지 못한 훈련병이라도 다른 훈련병들이 어수선하게 하자 다들 일어나게 됐다. 그렇게 1분간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추가로 방송이 나오지도 않으니 내일을 위해 다시 훈련병들은 하나 둘 잠을 자려 눕기 시작했다. 나 또한 피곤한건 매 한가지 였고 별일 아니겠지 하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이번에는 저번의 방송보다 더 우렁찬 목소리로 ‘기상기상 전 훈련병들은 신속하게 기상할것’ 조교가 소리치기 시작했고 몇몇 상황파악이 안되는 훈련병들은 아침이 찾아온 줄 알고 이불을 개고 옷을 갈아입으려 했으나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 그리고 시계를 보고 하나 둘 행동을 멈추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조교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곧이어 대대의 모든 복도와 호실에서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우리 또한 어벙한 얼굴로 조교를 맞이했으나 조교는 뭐가 그리 급한지 지금 전부 깨있냐고 물어보고 바른자세로 침상에 앉으라했다. 몇몇은 이불을 정리하려 했지만 조교는 그런거 상관 없이 앉으라 했고 긴장된 분위기 속 조교는 우리들 인원체크를 시작했다. 인원체크를 마친 조교는 너네 여기서 조용히 대기하라고 단단히 이르고 나갔고 곧이어 방송으로 불침번을 섰던 전원를 소집하기에 이르렀다. 아쉽게도 우리호실에 오늘 불침번을 섰던 사람은 없어 사정을 모르는채로 10분간 대기했다 숨막히는 시간이 지나고 방송이 흘러나왔을 땐 모두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금 000훈련병이 사라졌으니 전 부대원들은 자신의 속한 층의 모든곳을 수색하라는 명령이 내려왔고 곧이어 모든 훈련병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왔다 한층에 약 100명 이 모두가 나와서 복도랑 화장실을 수색하기 시작했고 몇몇은 농담을 하며 몇몇은 짜증을 내며 설렁설렁 하던 수색은 10분뒤 방송으로 모두 복귀해서 잠이나 자라는 소리에 멈췄고 나는 드디어 그날 밤 잠에 들 수있었다. 이 사건은 묻힐수가 없었고 아침 점호시간이 끝나고 사람과 사람을 넘어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날 불침번을 섰다던 훈련병과 사라진 훈련병을.찾은 훈련병들의 이야기들이 파편처럼 넘어오기 시작했고 이야기를 조합하면 입대장병의 신분이 끝난 날 훈련병을 잡기 시작했던 그 소대 훈련병이 4층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친 뒤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것이었다. 대체 왜 뛰어내렸는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조교들이나 소대장들은 탈영이라고 결론짓고 사건을 끝내는듯 보였다. 사람이 죽으려 했다고 하는거보다 탈영이 더 싸게 먹혀서 그런진 몰라도 말이다. 이 사건이 있은 후 조교들과 소대장들이 조금 온순해지긴 했지만 훈련병들에겐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이 사건 때문에 불침번이 매우 빡세졌기 때문이다. 불침번 인원을 각층의 1명이 아니라 2명으로 인원체크는 10분마다 하고 호실에서 나오는 인원 전부를 수기작성해야했다. 그리고 모든 창문과 문이 잠겨있는지 확인해야됐다. 불침번 인원이 2배가 됐다는 것은 내차례도 두배로 빨리 온다는 것. 훈련병들은 이제 3일에 한번 씩 자신의 차례가 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나 또한 고된 훈련을 마치고 숙면을 하고 싶었지만 3일마다 찾아오는 불침번 때문에 피로는 누적되기 시작했고 훈련소 4주차때 드디어 그것을 보게되었다…. 여느때와 다름 없이 불침번 교육을 받고 난뒤 내 차례가 오길 기다리면서 잠에 들었고 내 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근무에 나가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불침번근무를 싫어했고 나도 그랬지만 4층 근무만큼은 조금 나았다. 4층은 일단 조교나 당직이 오지 않을 뿐더러 외부에 있는 도시의 풍경이 보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반짝거리는 도시와 아파트가 어쩜 저리 이쁜지 밖을 보며 시간을 때우다 인원체크 할 시간이 되서 호실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며 인원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모든 호실을 확인하고 뒤 돌았을 때 저 멀리 복도 끝에서 사람이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봤다. 복도의 구성은 F를 눕힌 거 마냥 중앙에 계단이 있고 계단이 있는 복도 끝과 계단이 없는 복도 끝이 있는데 내가 있었 던 곳은 계단이 없는 복도였고 저멀리 복도 끝 계간을 빠르게 내려가는 인영을 본 것이다. 나는 당장 달려가서 확인했지만 계단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나질 않았다. 같이 불침번을 스던 동기도 X 못했고 아랫층에 있는 동기도 그 아래의 동기도 마침내 1층까지 내려 왔음에도 그 누구도 계단을 이용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얘기해 주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분명히 봤는데… 내가 봤다고 하니까 같이 근무섰던 동기는 마지못해 믿어주면서 자신이 당직사관한테 보고하러 가겠다 했고 나는 기다리기로 했다. 돌아온 동기는 너때문에 개털렸다며 나한테 불평불만을 토해냈고 그날 그 시간에 불침번 근무자들은 교대하기 5분전에 모든 인원파악을 해서 당직사관에게 보고를 해야했다. 나 또한 불침번 근무가 끝난 뒤 당직사관에게 가서 다시 보고를 했지만 당직사관은 모든인원이 한명도 빠짐없이 있었고 cctv까지 돌려본 결과 아무도 복도 끝 계단을 이용하지 않았다며 나를 돌려보냈다. 결국 내가 얻은 것이라곤 그날 불침번 근무에 들어갔던 인원들의 극딜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그날 그 계단에는 무언가가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