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멸치볶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식단으로 멸치볶음이 나오면
왜 이런 맛없는 걸 반찬으로 만들었을까 하고
깨작깨작 대다가 잔반통에 버리곤 했다.
어느날 또 급식에 멸치볶음이 나왔고
밥을 먹던 중 무심결에
다른 애들이 잔반 버리는 모습을 봤는데
한번도 손을 안댄 멸치 볶음을
자기 몸에 묻은 더러운 먼지를 깔끔하게 털어내는 냥
식판에서 툭툭 털어내더라
잔반통에 멸치들이 우드득 떨어지는데
문득
저 것들도 그저 반찬이 아니라 생명이었던 적이 있었겠지
라는 당연하면서도 이상한 생각이 머리에 스쳤는데
그러고 내 식판을 보니
고작 사람한 끼 반찬에
멸치 수십마리의 시체가 쌓여있는거 보니까
되게 잔혹하면서도 뭔가 거북한 느낌이들더라
같은 동물이지만
어떤 놈들은 참 가볍고 허무한 목숨이구나 생각했다.
그 뒤로부터는 왠지
급식, 학식, 짬밥 반찬에 멸치볶음이 나오면
여전히 맛은 없지만
한마리 남김없이 꼭꼭 씹어서 정성스레 먹었다.
나이가 들어
잘 요리가된 멸치볶음은 맛있다는걸 알게된 요즘도
가끔 식당에서 반찬으로 멸치볶음이 나오면
맛이 없더라도
꼭 멸치볶음만은 다 먹으려고 한다.
식용으로 수십 수백마리가 잡혀서
볶여지고 반찬그릇에 얹어져 있다가
아무도 손을 안대고
그저 쓰레기통으로 가면
목숨이 너무 허무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