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계기
최근에 택틱스 장르 게임을 찾다가, 머시너리즈 블레이즈라는 작품이 할인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구매하게 됐다. 평소에 파이널판타지 택틱스 같은 고전(옛날) 스타일의 전략 RPG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작품도 그런 감성을 간직하고 있을 거라 기대했다. 실제로 플레이를 시작해보니 처음에는 다소 간소해 보이는 그래픽과 인터페이스가 눈에 들어왔는데, 옛날 택틱스류 게임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반가웠다.
스토리 / 세계관 흐름
이야기는 전쟁으로 생긴 난민 문제에서 출발해, 종족 간 갈등이 불거지며 용병단이 이들을 보호하고 구출하는 임무를 맡으면서 진행된다. 대사를 전부 이해하기엔 영어 실력이 부족했지만, 대충 훑어보니 난민이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건이 벌어지는 구조다. 후반부로 갈수록 몇몇 반전 요소가 등장해 나름 흥미를 자극했는데, 분기 선택으로 스토리가 약간 달라지는 부분도 있어서 나중에 난이도가 열리고 재플레이를 할 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전 감성을 살린 전투와 맵 디자인(?)
실제 전투는 전형적인 택틱스 RPG 답게 한 턴씩 아군과 적군이 번갈아 행동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전 감성이 살아 있는 타일 형태의 맵 디자인이 특히 인상적이었고, 캐릭터마다 직업과 능력치를 설정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힐러가 적절히 치유하지 않으면 전투가 순식간에 어렵게 느껴졌고, 탱커와 딜러 간에 호흡이 맞아야 승산이 높아졌다. 적들의 공격이 꽤나 강해서, 초반 노말 난이도조차 방심하면 금방 아군이 쓰러진다.
클래스 변경과 성장의 재미
캐릭터마다 경험치를 모아 클래스를 변경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 게임의 묘미 중 하나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고유한 직업군으로 전직이 가능해지고, 스탯이 더 좋아져서 전투가 한결 수월해진다. 다만 부활 마법이 확률로만 성공한다는 점은 긴장감을 부추겼다. 전투 중 쓰러진 동료를 되살릴 때 확률이 낮으면 큰 변수가 되기도 했다. 운이 나쁘면 계속 실패해서 아군 전력이 급감할 수 있는데, 확실한 부활 아이템이 없으면 난관에 부딪히기 쉬웠다.
장비의 희소성과 파밍
이 게임에는 여러 등급의 장비가 존재하는데, 노멀부터 매직, 무지개까지 나뉘어 있다. 초회차 노멀 난이도를 클리어하는 동안에는 높은 등급의 장비를 자주 못 봤다. 이는 어느 정도 파밍을 하거나 난이도가 오르는 후속 플레이를 통해 더 우수한 장비를 찾도록 유도하는 것 같았다. 스토리나 서브 스테이지를 더 깊이 파고들다 보면 좀 더 강력한 무기나 방어구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진행할 수 있었다.
부가 스테이지와 분기 선택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일정 시점마다 별개의 서브 스테이지가 차례로 개방된다. 이 스테이지들은 메인 서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적 구성과 지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 의식이 생겼다. 또 중간중간 나오는 분기 선택에서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진행 경로가 달라지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노멀 난이도를 마치면 상위 난이도가 해금되므로, 그때 다른 분기나 서브 스테이지를 제대로 즐겨보는 것도 이 게임의 묘미 중 하나로 느껴졌다.
플레이타임과 가격
노멀 난이도 기준으로 메인 스토리에 서브 스테이지를 간단히 클리어하는 데 20시간 전후가 걸렸다. 택틱스류 게임에 익숙한 편이라면 조금 더 단축할 수도 있고, 반대로 전투나 파밍을 꼼꼼히 하다 보면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정가가 19.99달러(스팀/스위치)인 점을 감안했을 때, 텍스트와 그래픽이 단순해 보이지만 전투 시스템의 완성도와 클래식한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머시너리즈 블레이즈는 고전 택틱스 RPG의 정서를 잘 살린 작품이었다. 한 편으로는 전쟁과 난민 문제라는 묵직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탱커-힐러-딜러 분업 구조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쉽사리 전투에서 이길 수 없게 만들어 전략성을 높였다. 단순히 화려한 그래픽이나 깊은 스토리를 기대하기보다, 옛 스타일의 맵 디자인과 아기자기한 전투 시스템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높은 등급 장비를 찾아가는 파밍 요소나 분기 선택, 난이도 해금 등으로 재플레이 가치를 높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택틱스 게임을 좋아한다면 할인 타이밍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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