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터지기 직전의 추억이다.-페미 같은 것들이랑 거리가 먼지방에서 올라와서 어버버하는 거 잘 챙겨줬더니쉑파로 지내게 된 동아리 후배가 있었지.사람들이랑 있을 때는 말수도 적고 낯도 좀 가리는 편인데둘이서 있을 때는 엄청 후끈해지는 스타일이라선은 지키되 떡정은 많이 붙였었지.근데.. 같은 동아리에좀 분위기 파악 못하던 선배 형이 걔 들어왔을 때부터아닌척 티나게 들이댔었는데..둘이 썸 분위기가 제법 생겼었는지후배 자취하는 원룸에서 같이 뒹굴면서그 때 한창 핫하던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보고 있는데통화도 꽤 오래 하고 그러더라고..-그러다가 하루는 슬슬 시동 걸면서 단추 풀고 있는데눈치없게 전화가 오는거라..일부러 음량 최대로 하고받아보라고 하고 웃음참기 헬모드로천천히 진도 나가고 있는데이 새끼가 어디서 무슨 개수작을 배워왔는지시를 읽어주겠다며 개같은 BGM을 틀고는’당신을 사랑하는 건..~’어쩌구 하면서’사랑 그대로의 사랑’ 이라는 시? 노래?엄청 긴 건데 그걸 끝까지 읊는거라..웃음 참고 입 틀어막으며 그거불경처럼 들으면서열심히 운동 하는데자꾸 숨소리가 새나가니까”##아, 혹시 감기 걸렸어?” 하더니후배가 컨디션이 좀 별로라서 목이 아프다고 둘러대니까자기 아직 학교 도서관이라고해열제를 사가지고 오겠다는 거임..입구로 갈테니 내려와서 받아가기만 하라고..그러고는 “얼른 갈게!” 하고 대답도 듣지 않고 지멋대로 끊는거임.-하아 이 새끼 이거 완전히.. 하다가잠깐만, 이 형이 여길 어떻게 알아? 싶었지만서로 선은 지키자고 한 바 있으니 일단 잽싸게RPM을 올려 피니쉬하고 후다닥 갈 채비를 했음.후배 자취방은 학교 후문에서이대역 쪽으로 올라가는 루트에 있어서도서관에서 근처 약국을 들려 여기로 온다면이거 자칫하면 ㅈ되겠구나 싶어서먼 길을 가로질러 대흥역까지 그대로 도망침.그 뒤로 진짜 사랑의 시와감기약이 효과를 발휘한 것인지만남도 띄엄띄엄 해지고겸사겸사 내 입대일도 다가오고 해서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고..자대배치 받고 휴가 나가기 전에전화해보니 번호도 바뀌었더라고.-휴가 나와서는아는 누나 수업 마치고 밥 사준대서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어색한 머리를최대한 만지작 거리면서 기다리는데.드라마틱하게그 후배랑 선배가 팔짱을 끼고내 앞을 가로질러 홍대쪽으로 걸어가는 게 눈에 들어오는거라.오랜만에 타의로 꺼내본 떡정에 마음 한 켠이 저릿하기도 했고.진심은 통하는 것인가 싶기도 했고.하기사 저 형은 복학했으니.. 오래 두고 연애하려면 저게 맞지 싶기도 했고.그러다 누나와서 술이고 밥이고배 터지게 얻어먹고 별 일 없이 안녕하고.-일부러 먼 길을 택해밤길을 걸어서우리 아파트 단지의 초입까지 왔을 때문득고개를 들어 다정한 달빛과 눈을 한 번 맞추는데눈물이 핑도는거라.X 중대장한테 전화 보고하는 걸 깜빡했구나,,,,암튼 너희 퐁퐁남들 함부러 욕하지 마라.다 흘러간다.흘러가다 고인 것이고.그저 매일 가슴 벅차게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