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주문진으로 엄빠와 함께 갔다

그래봤자 도착했을 땐 해가 저물었기에 한 5분만 바다 냄새를 맡은 것 같다. 엄빠와 나는 백사장 위 콘크리트 길에 있었고, 키가 크고 늘씬한 여자들 두셋은 모래밭이 꽃밭인 양 행복하게 사진을 찍었다. 반면 나는 쓸쓸히 그녀들에 대한 기억을 찍었다. 어차피 그녀들은 사진, 그림과도 같기에 엄빠가 그 자리에 없고 내가 억만장자였다해도 내가 좋아하는 여자는 나나 내 유전자가 아닌 내가 가진 것들만을 탐할 뿐이니까. 바람이 거센 탓인지 파도는 거칠었고, 배는 한 척도 보이지 않았다. 허나 잠시나마 바다와 나 둘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 깊고 푸른 바다, 파도가 차오를 때면, 내 눈과 가슴 속 깊은 무언가도 차올랐다. 죽음의 파도가 날 덮친다면, ‘창해일속’이란 표현처럼 나는 수 많은 사망자들의 바다 속 좁쌀 한 톨이라도 될까 싶었다. 삶과 죽음은 마치 빛과 그림자와도 같기에, 안일하다가도 떠날 수 있단 생각을 해야 한다. 내겐 어쩌면 가족보다 더 가까운 친구도 있지만, 나는 안다, 죽음만이 내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동반자란 것. 오늘도 하루를 버텼고, 하루를 살다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