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미대 동양화과 16학번입니다. 자작시 한번 시 읊겠습니다.

회고오늘 밤이 만약내게 주어진 마지막 돛대와 같다면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음 지나온 나날들을 시원하게 훑겠지스물 여섯 컷의 흑백 필름내 머릿속에 스케치원하든 말든 메모리들이 비 오듯 쏟아지겠지엄마의 피에 X어 태어나고 내가 처음 배웠던 언어부터 낯선 나라 위에 떨어져 별 다른 노력 없이 배웠던 영어나의 아버지에 대한 혐오와 나의 새 아버지에 대한 나의 존경갑자기 떠오른 표현, 나의 삶은 오렌지색의 터널인가고개를 45도 기울여담배 연기와 함께 품은 기억력추억을 소리처럼 키우면눈을 감아도 보이는 그 실루엣시간은 유연하게 휘어져과거로 스프링처럼 이어져아주 작고 작았던 미니어쳐시절을 떠올리는 건 껌처럼 쉬워져내게도 마지막 호흡이 주어지겠지마라톤이 끝나면 끈이 끊어지듯이당연시 여겼던 아침 아홉 시의 해와그림에 몰두하던 밤들로부터이젠 희미해져가말보로와 함께 탄, 내 20대의 생활,내 생애 마지막 여자와의 애정의 행각책상 위에 놓인 1800원 짜리 펜과내가 세상에 내놓은 내 그림이 가진 색깔까지모두 다 다시는 못 볼 것 같아삶이란 게 좀 지겹긴 해도 좋은 건가 봐 엄마, 걱정하지마엄마 입장에서 아들의 죽음은 도둑 같겠지만나는 항상 너의 마음 속에 있을거야, 영원히날 그리워 할 필요 없어, 난 이 그림 안에 있으니까나의 목소리를 잊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