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흔 가까이 되신 엄마-
정신은 말짱하신데 이젠 대소변도 잘못가리시고 거동이 불편해요.
여지껏 혼자 오래된 시골집에서 자식들한테 손빌리지 않고 평생 사셨는데
작년말 쓸어지시고 나서 몇달 입원뒤 퇴원하시고는 전혀 예전같지 못하세요. 일주일에 한두번은 병원에 모셔다드려야 합니다.
아빠 일찍 가시고 평생 손부르트며 모은 엄마가 모은 돈이며 땅이며 살아 생전에 자기 재산 모두 조금씩 형제에들게 나눠주셨는데
사형제들이 다 능력이 좋지 못해 유산을 까먹기만 하고 벌어놓은 사람이 저 하나뿐이네요.
제가 막내면서 딸이고 위로 오빠둘 누나하나 있어요. 저는 아이낳고 일은 관뒀고 이후 남편 외벌이 한 돈으로 재테크해서 재산을 불렸어요.
나머지 형제자매들도 다 결혼했고 아이가 적어도 둘셋씩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우니 아무도 노모 안모시려고 해요.
그 중에 제일 큰 오빠가 유산은 가장 많이 가져갔는데 제일 구두쇠입니다. 올케와 우리집 사이도 안좋아서 노모 절대 혼자 못모신데요.
저도 남편이랑 아들 수발에 정신 없어서 어머니 모실 엄두가 나진 않구요. 아들 좋은 대학 보내고 싶어요.
저 어릴 때 중간 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러니까 원래 5남매인거죠.
돌아가신 언니네 조카들 나이가 그때 중학생이었고 언니 돌아가시기 전에는 자주 봤었습니다.
그 중에 제일 큰 조카아이가 일찍부터 공장에서 일하면서 동생들한테 가장 노릇을 했나봐요.
형부도 신용불량자라 성인이 되고나서는 돌아가신 언니네 조카들이 달셋방에서 각자 따로따로 그렇게 살았나봐요.
공장에 다니던 큰조카가 한국에 지쳤는지 워킹홀리데이를 가겠다며 일년만 시골집에서 신세를 져도 되겠냐고 엄마한테 물어봤데요.
월세 드릴 돈은 없는데 일년만 돈모으게 방 한칸만 써도 되겠냐고. 잠만 자고 밥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네요.
조카한텐 미안한 말인데….. 조카도 성인이고 운전도 할 줄 아니까 지내면서 어머니 병원만 모셔다 드리고 시골집 풀베는거나 그런 일만
하면서 월세 내는 외할머니 모시는 겸 시골집에 있으라고 하고 싶은데….. 조카한테 이런 부탁하는게 너무 무리한 일일까요?
물론 언니는 일찍 죽어서 유산받은게 없으니 큰조카 워홀 갈 때 유산이라면서 비행기삯으로 천만원 정도 주면서 보내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