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41)
박태준 :
제가 성모 형을 굉장히 존경하는 게.
저는 데뷔했을 당시에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 당시에 이제 게시판이라든지, 댓글 같은 거 보면은…
옷 팔던 사람이 갑자기 학원물 만화 그려서 데뷔하니까, 만화도 유치한 것 같고…
근데 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
저도 그게(욕먹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때 이제 다짐을 했던 게. 보여주자 내가.
5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내가 꾸준히 성적이든 뭐든
굉장히 열심히 재밌는 만화를 계속 만들어내면
분명히 알아줄 사람이 조금씩 생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티고 열심히 한 거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저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근데 저는 너무 행복해요. 왜냐하면 그 싫어하시는 분들도 저를 이제는 작가로서 욕을 하시거든요.
데뷔했을 당시에는 사람들이 저를 작가로 취급도 안 해줬어요.
근데 지금은 저를 욕하더라도 ‘박태준 작가는 이래서 싫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저는 그것도 너무 행복한 거에요
이제 나를 작가로 알아주는 거기 때문에
저는 이제 6년밖에 만화를 안 그렸지만 앞으로도 6년 10년 더 그릴 거잖아요.
그때 좀 되면 지금 싫어하는 사람들이 또 저를 좋아해 줄 수도 있는 거고
저는 그런 생각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죠.
이거 자체가 저는 성모 형님한테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왜냐하면 성모 형님도 출판만화 산업이 많이 침체했을 때
혼자서 대본소 만화를 하고 있잖아요
그때 모든 사람이 성모 형을 욕했어요
저 기억나요. 중학교 때인데
만화방 가면 성모형 만화가 한가득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엄청 욕하는 거예요. 근데 다들 보면서 욕해. (일동 웃음)
애들이 럭키장을 돌려보면서 욕을 해요.
왜지? 그냥 X 말지. 왜 보면서 욕을 할까 생각을 했는데. 어쨌든 그때는 제가 어리니까. 잘 몰랐잖아요.
근데 웹툰 시대가 오고 제가 가만히 돌이켜봤을 때 성모 형만 계속 만화를 그리셨고 결국에는 인정받았잖아요.
나는 그걸 보고 많은 걸 얻었죠. 아 저렇게 나도 언젠간 알아주는 거구나.
그리고 언젠가 성모 형님이 SNS에 한번 글을 쓰신 적 있어요.
“결국 내가 옳았다”
되게 멋있는 거예요.
그게 허세가 아닌 거잖아요.
어제 욕먹고 오늘 내가 옳았다, 이게 아니라
긴 세월 동안 묵묵히 버텨내시고 욕을 먹어도 계속 만화를 내시다가
결국에는 대털, 용주골 다 인정받으시고 나서 딱 ‘내가 옳았다’ 하시는데.
그리고 심지어 그 성모형 세대에서는 혼자서만 연재하고 계시고, 되게 멋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