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간 빵상 아줌마…여자 후배…빵상의 추억. ssul




오늘같이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3년 전.

 

 

 

상병 정기 휴가를 나와 대학 친구를 만나러 학교 근처 먹자골목으로 갔다.

 

 

 

카페에서 시작한 만남은 자연스레 호프집으로 이어졌고,

 

 

 

야 후배 좀 부른다? 괜찮지?”

 

 

 

라는 친구의 말에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을 애써 감추며,

 

 

 

그러든지…”

 

 

 

무심히 대답하였다.

 

 

 

이윽고 여자 두 명과 동석하게 되었는데, 그중 한 명은 입대하기 직전 전화번호를 교환했던 여후배, 선영이었다.

 

 

 

새내기일 땐 시커먼 뿔테에 답답한 앞머리를 한 그녀였는데, 이제 제법 어엿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육군 상병이라는 계급에 부끄럽지 않게 사력을 다해 분위기를 띄웠고,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친구 녀석과 다른 후배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선영과 난 어느새 가까워져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 때마다 숨소리에 섞인 은은한 머스크향이 나에게 닿았다.

 

 

 

달큰한 향과 뒤엉킨 알콜 냄새만큼 매혹적인 게 또 있을까. 나는 그만 정신이 아찔해지고 말았다.

 

 

 

이제 머릿속엔 온통 다음 행선지 생각뿐이었다.

 

 

 

오빠 뭐해요취했어요?”

 

 

 

그녀가 걱정스러운 듯이 쳐다보았다.

 

 

 

으응? 아냐…”

 

 

 

대답이 시원찮았는지 선영은 더욱 다가오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오빠오빠 내가 재밌는 얘기해줄까요?”

 

 

 

“…뭔데..?”

 

 

 

붉은 얼굴을 쳐들며 대꾸하자, 그녀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헤헷 빠앙상깨랑깨로옹!! 어때요? 재밌죸ㅋㅋㅋㅋ

 

 

 

   

이렇게 지껄이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나는 이등병 시절 어느 겨울밤, ‘더 데빌박윤호 상병에게 처음 맞았던 그날이 떠올랐다.

 

 

 

귀싸대기 한 방에 좌뇌와 우뇌의 위치가 바뀐 건 아닌지 착각했을 정도의 충격

 

 

 

씨팔…’

 

 

 

왜 그때 난 그 드립을 재치 있게 받아 넘기지 못했을까.

 

 

 

하지만 그녀가 빵상 어쩌구를 지껄이는 순간,

 

 

 

난 그녀의 얼굴에서 모르도르에 도착한 프로도를 살해하기 위해 음흉히 웃던, 

골룸의 상판을 떠올리고 말았던 것이다.

 

 

 

오빠!…오빠?”

 

 

 

꿈을 꾸는 듯 멍해진 나를 보며, 선영은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오빠 이 오빠 취했나봐요! 뭐야술 잘 마신다며..”

 

 

 

때마침 들어오는 친구 녀석에게 그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어 얘가 그럴 애가 아닌데? .. 뭐해 인마.. 정신차려엇.”

 

 

 

하지만 이미 푹 식어버린 내 심장은 사지에 퍼진 아드레날린을 거두는 중이었다.

 

 

 

 

아아, 난 그렇게 또 작은 기회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실베간 빵상 아줌마 보고 한번 끄적거려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