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혼밥하는걸 큰 용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웃김

놀이동산 혼자가는거에 비하면
혼밥은 정말 아무것도 아님

내가 시골에서 잠실로 상경해서
제일 하고싶었던게
난생처음 놀이동산이란곳을 한번 가보는거였음

주변에 여자도 없고
남자끼리 가기는 죽어도 싫고
몇날몇일을 고민하다가

결국 혼자갔음
혼자여도 괜찮다는 끝없는 자기암시로
용감하게 자유이용권끊고 신나게 뛰어들어갔음

제일 처음 탔던게 무슨 열차였던걸로 기억함
두자리씩 앉는 놀이기구였는데
평일인데도 제법 사람이 많아서 한참을 기다렸음

암튼 내 차례가 돼서 아무렇지 않게
열차에 들어가서 앉았음
너무 설레서 아무것도 안보이고 아무것도 안들렸음

근데 열차가 출발을 안하는거임
정신차려보니 사람들이 다 날 쳐다보고있고
알고보니 마이크로 계속 혼자오셨냐고 물어보면서
한 자리 채울 사람을 찾고있었음
나는 소심하게 굴면 진다는 생각으로
혼자오셨냐는 물음에
네!! 하고 일부러 엄청 크게 답했음
사람들이 다 웃기 시작하는데
괜찮다는 자기암시가 슬슬 무너져내리는게 느껴졌음

아 화내지 마십시요 출발합니다 라는 멘트와 함께
열차는 출발했고
열차가 다시 도착했을때의 쪽팔림을 상상하느라
난생처음 타본 놀이기구란놈은
정말 악몽과도 같았음
그렇게 열차가 도착했고
가슴에 꽂히는 웃음들 사이로
난 조용히 화장실로가서 표를 찢고 집으로 돌아왔다
진짜 용기는
놀이동산에 있다는걸 명심해